౨ৎ 자세히보기

사랑이 별이 되겠다고 찾아와서는

54430203099 2024. 12. 15. 23:37


오래 머금은 겨울이 있었다
거기 네가 있었다
지는 노을의 옷깃을 잡아
조금만 더 비추어달라고
우리는 아직 사랑이 모르니까
미지근한 온도를 사랑으로 기억하기 싫다고

지지 않는 태양을 따라 우주로 떠날까
이름 없는 행성은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지을 수 있대
두 손 오므려 하늘을 훑는 너

네 홍채를 중심 삼아 돌고 있는 태양계를
너는 알지 못하지
나는 너를 돌고
계속 커지는 우주처럼
마음은 한계를 모르고

파도를 타고 바다로 오는 네가 최제헌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사랑의 발명 이영광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양이 많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사랑은 양이 적을수록 좋은가 봐요.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입
니다

사랑의 양을 알려면 당신과 나의 거리를 측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거리가 멀면 사랑의 양이 많고
거리가 가까우면 사랑의 양이 적을 것입니다
그런데 적은 사랑은 나를 웃기더니 많은 사랑은 나를
울립니다

뉘라서 사람이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고 하여요
당신이 가신 뒤로 사랑이 멀어졌으면 날마다 날마다
나를 울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어요

사랑의 측량 한용운



사랑이 당신에게 안내했지요
처음부터 당신을 찾아보라고 재촉한 것도 사랑이고,
지혜를 빌려준 것도 사랑이요
난 눈만 빌려 준 셈이지요
난 수로 안내인은 아니지만
당신 같은 보물을 찾는 경우라면
머나먼 바닷물에 휩쓸리는 광대한 해안처럼
먼 곳도 기어이 찾아갈 거요

_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한 말(2막 2장)